지엄(智儼)과 의상의 화엄사상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

지통기(智通記)라고 불리는 추동기(錐洞記)는 진정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의상이 추동에서 행한 화엄경강의를 제자 지통이 정리한 것이었다. 이 때문에 이 책은 문장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고, 신라의 방언이 섞여 있기도 했다. 고려의 의천(義天)이 “당시 이 책을 엮은이가 문체에 익숙하지 못해서 문장이 촌스럽고, 방언이 섞여 있어서 장래에 군자가 마땅히 윤색을 가해야 할 것”이라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. 실제로 이장용(李藏用)은 이 책에 윤색을 가하여 화엄추동기(華嚴錐洞記)라는 제목으로 유통시키기도 했다. 이처럼 추동기는 고려 후기까지 전하고 있었지만 그 이후의 유통 기록은 없다. 다만 균여(均如)의 저서와 법계도기총수록(法界圖記叢髓錄)에 추동기가 15회 정도 인용되어 그 단편적인 일문(逸文)이 전할 뿐이었다. 일본에는 당나라 법장(法藏)이 지었다는 화엄경문답(華嚴經問答) 2권이 고대로부터 전해오지만, 이 책의 저자에 관한 여러 의문이 있었다. 역자는 화엄경문답이 바로 지통기라는 사실을 1996년에 밝힌 바 있다. 균여의 저서 등에 인용되어 전하는 추동기일문 15회를 화엄경문답과 대조해 본 결과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. 일본에서 전해온 화엄경문답은 법장의 저술이 아니라 의상이 강의하고 제자 지통이 정리했던 추동기 바로 그 책이었던 것이다. 이 사실은 2011년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에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 화엄경문답을 둘러싼 제문제를 통해서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. 화엄경문답이 의상의 강의록이라는 사실의 확인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. 지엄(智儼)과 의상의 화엄사상을 밝히는 데 이 책은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, 이 책이 법장의 저술이 아니라는 사실의 확인함으로서 법장 화엄사상의 정확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|